최근 메르스 확산의 '2차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국회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애초에 '부실 대처' 가능성을 따져묻는 국회를 향해 "(우리 병원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며 거침없는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게다가 일부 환우가 공기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평택성모병원은 폐쇄했는데, 슈퍼 전파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으로서 일부 폐쇄는 검토하지 않느냐는 야당의 질의에 삼성서울병원 측은 공기 접촉과는 무관하고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6월 11일까지의 누계에 의하면 122명의 메르스 확진 환우 가운데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던 14번 환우로부터 55명이 감염되었고, 이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형병원의 초동 대응이 부실해 피해가 커졌다는 삼성서울병원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측은 14번 환우가 메르스 최초 발병 병원인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평택성모병원에 메르스 집단발병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메르스 사태 초기, 정부가 병원들과도 감염 경로와 환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탓으로 전적으로 국가 책임론을 내세우며 반격하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삼성서울병원 측은 메르스는 국내에서 단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는 해외 유입 감염병이며, 자신들의 병원에서 1번 환우를 진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동에 다녀왔다는 단서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14번 환우는 중동에 다녀온 환우가 아니고 다른 병원을 거쳐 온 폐렴환우에 불과하다고 봤다며, 이는 정부의 병원 이름 미공개 방침으로 어느 병원에서 메르스가 집단 발병했다는 정보가 없이는 진단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해외에서 원목에 숨어 들어오는 바퀴벌레와 같은 곤충, 해외 여행객이나 각종 수화물에서 유입되는 들어오는 씨앗류나 외래 어종, 각종 동식물은 철저한 검역으로 유입을 차단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번성하였을 때 천적이 부재한 탓으로 개체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먹이사슬을 교란시켜 국내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입되어 철저히 통제가능하다면 문제는 없지만 이미 유입된 이후에는 개체수 통제 자체가 거능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불문율이라는 것입니다.


하물며 풍토병을 비롯한 해외 유입 감염병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만일 방역에 실패한다면, 국내 의료진은 환우의 증상완화에 주력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환우는 고열이나 호흡곤란, 나아가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의료진이 해당 감염질환에 충분한 임상경험이 없기 때문이며, 따라서 초기 대응에 시행착오가 따를 수 밖에 없으며 이와 중에 감염이 번지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에서 풍토병에 걸린사람은 국내의 양질에 우수한 의료진을 생각하며 국내로 무작정 들어오지 말고 현지에서 치료받아야 속하다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메르스 정국에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하며 병의원 의료진들은 초기 대처를 놓고 지탄이 끊이질 않으나 의사가 신인지요? 딱보고 메르스 환우임을 직감한다면 그것은 신의 영역인 것입니다. 환우의 질병을 최초 진단하고 응급조치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통계에 의한 접근일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이 가장 빠른 진단의 방법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찰이 범죄 피의자를 수소문하는데 피해자와 안면부지의 지나가는 행인을 잡아 심문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와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이 전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장 주된 책임을 메르스 의심환우가 국내 유입되었음을 알고도 쉬쉬하며 침묵으로 일관한 보건 당국에 있을 것입니다. 환우 스스로가 메르스 밀접 접촉자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전문 의료진에게 문진은 그다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확산이 거세지자 일부 지자치단체장은 스스로 시민을 챙기기 시작했고, 메르스가 일파만파로 확산이 우려되자 보건 당국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구한다며 숨겨둔 금은보화를 기부라도 하듯 슬며시 병원 목록을 공개하였고, 그때까지 정확한 확진자의 감염경로와 밀접 접촉자의 신상마져도 파악못한 정부는 마치 앓던 이를 뺀듯 홀가분해 하며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제 메르스 확산의 책임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인듯 살그머니 바톤을 국민들 뒷짐에 얹져 놓았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인 책임은 보건 당국에 있으면서 마치 병원에 있는 것처럼 일부 지자치단체장이 의도되었던 아니던 환우 명단을 공개하라고 촉구하니, 병원으로서는 이를 공개하면 책임론에 대한 많은 부담감이 느껴지니 이제와 불은 지른 것도 끄는 것도 보건 당국의 문제이니 보건 당국이 공개를 하던 안하던 알아서 하라는 속내인 것입니다. 물론 환우 명단을 공개하라는 것이 작금의 메르스 상황에서 잘못된 것도 아니며, 보건 당국에 이미 제출했으니 그것을 보라는 병원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병원의 책임을 따지기 이전에 정부 보건 당국의 책임론을 따지는 것이 우선이며 당장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택성모병원이 폐쇄한 것처럼 형평성을 내세우는 너희도 폐쇄해라는 논리적 비약은 초대형병원으로서 많은 중증질환자가 입원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며, 지금 당장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도 정쟁을 일삼는 한심한 짓거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하튼 삼성서울병원 측도 공기 중 전파 감염을 예의주시하여 의심된다고 판단되면 속히 응급실 등을 폐쇄하는 일부 제한적 조치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권과 각종 시민단체는 삼성서울병원 측이 뚫린 것은 정부이며 자신들은 메르스 대처에 조금의 실수도 없었으며 고로 일부 폐쇄조차도 부당하며 감염된 의료인 조차도 피해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답변에 격앙을 금치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국회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은 한 의원의 질의에 '컨트롤타워가 잘 작동되느냐'고 묻자 '현 상황에서 잘 작동되고 있다. 정상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답변한 내용을 되새겨보면 삼성서울병원의 나쁘지 않는 곤조와 뚝심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것은 제 기분탓인 걸까요?


(한겨레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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