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Nature & Life 2015. 7. 23. 12:09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하 소위원회를 통과하였고, 신임 김현웅 법무장관의 공언데로 별다른 이견이 없는 한,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조만간 현행 25년으로 되어 있는 형법상 살인죄 공소시효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소위 '태완이법'으로도 불려지는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법안은 지난 1999년 당시 6살이었던 김태완군에게 황산을 쏟아부어 숨지게 한 범인이 15년이 지나도 잡히지 않은 것을 계기로 발의되었으며, 비록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태완군 사건에는 소급적용되지는 않지만 결국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의 밑알이 되어 모든 이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기억되게 될 것입니다.


김태완군은 동네 골목길에서 영문을 모른 채 황산테러를 당했으며 전신에 3도 화상이라는 극심한 피해로 말미암아 합병증으로 이어지면서 49일만에 숨졌고, 지난해 공소시효 15년 만료를 앞두고 범인을 잡지 못한 수사당국이 당시 김태완군이 지목했었던 이웃 용의자를 재수사하였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해 결국 불기소 처분되었고, 최근 대법원에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재항고를 기각해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는 영원히 수치스런 공권력의 폐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근래에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를 계기로 흉악범죄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지난 2007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되었지만 김태완군 사건은 아쉽게도 그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 소급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지요?


사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살인죄 이외에도 상해치사와 폭행치사, 강간치사 등 모든 살인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도록 시도하였으나, 법안심사소위에서 형법상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만을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아졌고, 명백한 강간치사로 여겨지더라도 공소시효를 넘긴 범죄자들은 활개를 치며 두다리 쭈욱 펴고 사는 반면에, 피해자들은 평생 잊지못할 고통 속에서도 정부와 입법기관에게 홀대까지 받아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지난 2011년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성폭력특별법이 개정되면서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에 대한 강간, 준강간의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폐지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살인죄가 추가된다면 공소시효가 배제되는 범죄는 한 단계 더 확장되어 아직 부족하지만 늦게나마 민심을 반영해가는 것이 그나마 입법부의 금세기 최고의 존재 가치(?)라 할 것입니다.





그럼 13세 이상의 부녀자나 장애인의 강간 및 준강간은 견딜만 하다는 것인지요? 아니면 강간을 밝히기 어렵다는 것인지요?


각설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는 추세가 아니라 당연한 진리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독일은 살인죄에는 공소시효를 아예 두지 않고 있으며, 이웃 일본은 지난 2010년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앤 바 있습니다. 


사실 생명을 앗아가는 흉악 범죄는 끝까지 추적하여 단죄하도록 하는 조치가 법이 존재하는 가치이며, 부족한 인력과 인프라 그리고 행정관료주의적인 공소시효의 발상은 때론 인정 못하지는 않지만 살인죄나 살인에 준하는 범죄는 그 대상이 절대될 수 없으며 국민 법감정에도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근래에 발전된 유전자 분석과 같은 과학수사기법은 증거의 분석 및 장기간 보전이 가능하게 하여 종래 인프라만을 탓하던 시대를 뛰어 넘어 언제든 용의자의 단서가 포착되면 시공을 초월하여 재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누군가의 비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최근 일본에서는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성의 어머니가 범인의 사형을 탄원하는 서명 운동을 벌여, 결국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알려집니다. 공범 중의 한 명이 사형만큼은 당하기 싫어 몰래 밀고하여 살인범들을 모두 붙잡았는데, 피해자 어머니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일본의 행정부가 법의 권위를 살리고 엄정한 법 집행을 실행에 옮겼다기 보다는 살인을 저지른 자들에게 단죄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였다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